과외를 어제 오늘 모두 미뤘다.
어제는 일어나 보니 눈이 너무 많이 오고 있는 거다. 게다가 과외하는 아이한테 문자가 와서 오실 수 있냐고 걱정까지 한다.
아, 거기는 눈이 더 오겠구나. 이런 귀찮다. 미루자.
오늘도 일어나 준비를 다 마쳤는데, 다른 아이한테 문자가 왔는데, 버스를 놓쳤단다. 엄마도 서울에 가셨단다. 에라 그럼 내일 하지 뭐.
과외를 하는 곳은 춘천이긴 하지만, 화천에 더 가까운 곳이다. 시외버스를 타고 35분이 걸린다. 터미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버스 시간이 되기 30분 전에 출발을 해야 한다. 과외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시내버스를 타야한다. 그 버스로 명동에서 내려 다시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과외 시간이 2시간인데, 가고 오고 하는 시간까지 합해 5시간이 족히 걸린다. 11시부터 4시.
사실, 이번 방학에는 과외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과외도 어차피 가르치는 일인데, 언젠가! 선생님이 되면 평생을 가르칠텐데, 좀 다른 일 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니께서도, 시험이 끝나거든 술집에서 남들이 뱉던 침도 닦아보면서 사회생활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셨을 정도. 말씀하시기 전에 이미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 교차로에서 이곳저곳을 뒤져보고 있었던 차였다.
그런데 농활 형님께서 과외 좀 해줄 수 없냐고 연락을 하셨다. 흠, 농활 갔던 곳이라면, 좀 멀겠군. 살짝 거절하는 투로 전화를 마치려고 했는데 안되면 후배들이라도 소개를 시켜달라고 하신다. 아니 거기를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에이, 소개를 시켜주느니 그냥 내가 하자. 어차피 시간도 많은데 뭘. 근데 웬걸. 차를 타고 가는데, 내가 예상했던 농활갔던 곳을 훌쩍 넘어간다.
어허 이건 말만 춘천이지 화천과 다름이 없다.
중학교 2학년 올라가는 아이와,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 둘다 여자 아이다. 찾아간 집은 중학교 2학년 올라가는 아이의 집. 할머니와 동생과 살고 있다고 한다. 언뜻 보아도 집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더구나 동생이 열살인데 다리를 못 쓴다. 그래서 할머니가 아이를 안고 매일 재활하러 다닌단다. 집이 어려워도 과외를 시키고자 하는 것은 누나가 조금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는 소망.
그래 그러면 본격적으로 과외비 얘기가 나왔다.
"춘천에서는 일주일 세번에 두시간씩 해서 30만원은 받습니다."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온다. "두명이니 15만원씩 받으면 될 것 같습니다."
큰 아이의 어머니께서 "그러면 교통비까지 어떻게 드리면 될까요?"
따져보니 한 달에 6만원정도 교통비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18만원씩 받기도 그래서,
"그냥 30만원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렇게 과외가 시작되었다. 교수님댁에서 작년 10월부터 11월까지 두달 동안 했던 것과 비교를 하면 조건이 너무나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 만큼 과외하러 가는 길이 즐겁다. 2시간이 걸리는 교통시간도 좋은 경치본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고. 터미널 까지 걸어가는 것도 운동삼으면 되고. 오랜 시간 두명을 가르치는데 30만원 받는 것도 시급으로 따지면 오천원이고. 그러면 술집알바보다 천원은 더 받는 거고. 그 과외비 아직 안 주셨지만 후불로 주실거고. 생각대로 하면 되는 거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그렇게 길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는 열심히 해야 겠다. 도움이 되야지 그래도. 그렇게 시간내서 하는 건데.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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