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노회찬 대표, 역시 토론의 달인이었다. 정확하게 진보진영의 문제점과 과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었다. 촛불집회에 개입된 유일한 조직은 경찰 조직이었다라는 말씀과, 진보진영을 물과 분리된 물고기의 상황에 비유하며 서로 죽는 경쟁이 아니라 살을 붙이는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백미였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최재천 전 의원이 제기했던 문제, 핵문제와 인권 문제에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반론이 왔을 때 '그거야 말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가 아니라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말씀하셨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사실 좀 불안 불안했다. 김호기 교수 말씀처럼 작년 촛불에서 지대한 숨은 공은 있었지만, 맥락과 좀 어긋난 말씀을 하셨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손석희 사회자가 촛불집회 과정은 다 아는 거라면서 넘어간 부분과 어떤 말을 잘못듣고 발언을 하시려고 했던 부분은 무척 아쉬웠다. 다만, 재보선 결과를 두고 살얼음을 걷는 결과였다면서, 진보진영의 승리라고 우쭐해지지 말고 민생과 일자리에 관심을 둔 스스로의 반성과 견재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이 됐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소장님, 시종일관 나긋나긋하고 침착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북핵과 인권에 관련하여 상대적이고 맥락을 살펴 남쪽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부분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다. 박석운 대표의 불완전한 말씀을 정리해서 말씀하신 건대, 사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애매한 부분이다. 남과북을 얘기할 때 북미관계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알겠는데, 또 무조건적인 북의 입장에서만 접근한다면 우리의 관점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가 애매해 진다는 거다. 사실, 요것이 보수에서 만든 패러다임에 진보 스스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진보진영이 스스로 갈라지고 역량을 줄였던 역사이기 때문에 참 아쉽고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최재천 전 의원, 유일하게 민주당 출신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중도와 좌파진영을 따로 생각해야한다는 주장에 위기감을 느껴서인지 여러 말을 빠르게 수없이 했다. 진보진영도 친북좌파의 트라우마에 갇혀있다라고 말한 점은 위에서 얘기한 고민을 정리한 부분이었다. 또, 우리사회에서 진보를 자처할 수 없게된 구조, 이를테면 반기업을 말하면, 부자의 적대적이다, 평등주의를 추구한다, 좌파다, 친북이다, 반미다, 그럼 너는 빨갱이다, 라고 말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민주적으로, 분배주의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공공성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호기 사회학과 교수, 개인적으로 이번 토론에서 가장 관심이 갔다. 새롭고 신선한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굉장히 좋았다. 먼저, 친북좌파의 관점. 우리 사회에서 친북과 반북을 얘기하는데 그것은 보수에서 만든 패러다임,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정치든 논쟁이든 사실은 말들의 전쟁인데,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을 비판하기 위한 틀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친북반북이 아니라, 몰북과 지북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은 오, 머리가 번쩍했다. 북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고 빨갱이라는 일관된 시선을 유지하려고 평화를 논하지 않으려고 하는 보수의 시각을 몰북으로, 북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관점을 지북으로 보자는 얘기다. 또한, 사회 운동은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고, 운동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억의 정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재보궐의 승리를 작년 촛불의 성과점으로 길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클로징 멘트, 소통. 이명박 정부의 가장 무능함인 이 소통도 진보진영에서 꼭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것. 이 소통이 전제되어야 연대와 단결이 있을 수 있다는 그의 말, 너무 와 닿는다.
홍종학 경제학과 교수, 사실 거의 발언이 없으시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좀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경제학과 교수여서 그런지 모든 것을 경제로 보고 말씀하셨던 부분은 좀 아쉬웠다. 예를들어 촛불을 말할 때 경제적으로 평가한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영미의 생존경쟁이지 세계화가 아니라는 점,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다르다는 점은 신선했다. 또한 성장과 분배의 관점에 대한 설명도 다시금 할 수 있어 좋았다. 중국이 끼어들어 성장의 떡고물이 아래로까지 향하지 않는다는 부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래로부터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주장, 괜찮았다.
손석희 사회자, 역시 손석희였다. 가려운 부분을 촌철살인같이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다만, 중반에 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진보진영에서도 동의하느냐 물었던 부분과, 마지막에 진보진영의 연대와 단결이 필요하다고 보시냐고 물었던 부분은 조금 그 답지 않았다. 아니 그래서 좀 웃기기도 했다.
1시간 40분이 넘는 토론을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려고 했더니 알맹이는 어디로 쏙 빠진 느낌이다. 그만큼 보면서 느끼고 배운 것이 정말로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각각의 패널이 하는 말이 너무나 다양하고 또 그래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우려를 자아내기는 했지만, 그렇게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고 논의되어 더 나은 사회의 방향과 모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진보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본다, 노력하자. 그래서 다음주가 정말 기대된다.
http://imnews.imbc.com/boomup/topics/topic06/index.html 여기가면 이번 주 토론 볼 수 있다.
덧글
6월 4일에 춘천에서 손석춘 원장님 강연회 있어.
주제는... 촛불 1년, 한국사회는 어디로?? 쯤 되겠지..ㅋ
못봤는데, 이 글 보고나니 관심이 막막 생기네.
나는 이런거 보고 글을 쓰려고하면 생각이 안나서 못쓰겠던데
혹시 보면서 메모하시나봐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