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9 12:28

화려한 휴가 보고듣고



어제는 5월 18일, 광주민주화 운동 29주년 이었다. 농활다녀오고 정신 없어서 518인지도 제대로 몰랐다. 난 그저 아침에 일어나 학교 나가서 즐거운 생활 즐겁지 않게 가르치고, 컴퓨터와 생활 게임하게 했다. 그러곤 집에 와서 쉬었다가 과외갔다. 쉬는 시간에 아이더러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냐고 물었다. 말할 자격도, 물을 자격도 없으면서. 모른단다. 달력을 보여주어서 광주민주화항쟁을 읽어보라고 했는데도 뭔지 모르겠단다. 오늘 학교에서 얘기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 모르냐고 물었다. 그건 엄마와 누나랑 같이 봐서 안다고 한다. 전쟁 영화 아니냐고.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아니다 싶다. 수학, 영어 숙제를 내지 않았다. 대신, 518에 대해서 네이버로 찾아보라고, 또 화려한 휴가 다시 보라고, 그렇게 숙제를 냈다. 

그래서 나도 봤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 날을 기억해야 했다. 
거의 30년이 된 과거의 사건이 사실은 무감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제 한 일이라고는, 광주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화려한 휴가 본 것 밖에는 없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예쁜 옷을 차려입고 장미꽃과 향수를 받아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띈 성년이 된 친구들이,  단 한방울의 슬픔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건 기대가 지나친 것일까. 그네들의 성년을 반기면서도 못네 아쉬웠다.

 

우리 나라도 Bloody Sunday 같은 노래를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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