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8 17:44

6인 6색 인터뷰 특강 "화" 보고듣고



57-59P 진중권의 강연 중 일부


예를 들어 학점 4.0에 토익 점수가 900인데 취직이 안 된다면 그건 내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건 사회적 문제고, 구조적 문제고, 그렇게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거기에 대해 관심을 안 갖는 건 뭐랑 비슷한 거냐면, 야바위꾼들의 놀이 있잖아요.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이죠. 그 안에서 자기 혼자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한계에 부딪치는 측면이 있고요. 젊은이들이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자기 자신과 자기 부모가 내렸던 정치적 결정의 결과란 말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예요. 달랑 표 하나 던지는 건데, 그거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그 처지가 되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그런 문제의식들을 가져야 할 것 같고요.
개인적 차원에서는, 학교의 프레임에 맞추다 보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을 보면 완벽히 획일적이에요. 졸업학점 평균이 대충 3.7이라고들 해요. 옛날에 3.7이면 단과대 수석이었어요. 그 다음에 스펙 관리라고들 하죠? 똑같아요. 학점 관리하고, 토익 점수, 인턴활동 아니면 봉사활동 몇개. 수십만 대학생들의 포트포리오가 완벽히 일치한다는 거예요. 그것은 뭘 말하는냐 하면, 언제라도 다른 사람과 교체될 수 있다는 거예요. 나사니까요. 대량생산되는 나사ㅣ까.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결코 다른 사람과 대체될 수 없는 자기만의 전공, 그페셜리스트 있죠? 그 영역을 확보해야 됩니다.

여러분이 취직해서 삼십대 후반쯤 되면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거예요. 한국은 인재를 알아주는 사회가 아닙니다. 사람의 고귀함을 알아주지 않아요. 경제가, 생산력이, 사회적 생산이 사람들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자기를 천재라고 생각하는 소위 CEO라는 인간들의 머릿속에서 나온다고 믿고 나머지는 톱니바퀴라고 믿어버리거든요. 그러니까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쫓겨나면 뭘 하냐는 거예요. 제너럴리스트 라고 하죠? 넓은 영역들을 두루 알아야 합니다. 자기만의 스페셜한 영역과 제너럴한 영역을 접속해서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내는 것, 다시 말하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다른 것으로 분화될 수 있는 줄기세포의 잠재 상태로 자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때문에 학교 공부만 해서는 안 됩니다. 남들 다 하는 거 하면 망가져요.

한국은 쏠림이 너무 심해요. 뭐 하나 한다면 다 그것만 해요. 공포감 때문이죠. 그 공포감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공포감이라는 건 사람을 획일적으로 만듭니다. 길을 가는 데 사람들이 일제히 어떤 방향으로 뛰잖아요? 제일 안전한 건 같이 뛰는 거예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공포감이 그런 상태로 만들거든요. 지금의 생존 공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굶어죽진 않는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남들 안 하는 것을 하겠다,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홍세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남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라" 진정한 의미의 특권층은, 소위 말하는 1%에 들어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르고 그걸로 밥을 먹을 수 있으면 그거야말로 특권층이거든요. 후자의 1%는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될 수 있어요.

여러분 모두 욕망을 갖고 있죠? 그런데 그 욕망이 진짜 자기 욕망인지 생각해보세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 잘해야 한다고 해서 공부 잘했을 뿐이에요. 좋은 회사에 들어가라고 해서 좋은 회사 들어갔을 뿐일 겁니다. 어떤 면에서 남의 욕망을 욕망했을 거예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하려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도 필요하고요. 개인적인 차원에서 준비하는 한편, 동시에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 모든 문제가 풀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덧글

  • 아노말로칼리스 2009/10/18 23:50 # 답글

    구구절절 와닿습니다.
  • 미스럼피우스 2009/10/20 23:28 # 삭제 답글

    인터넷 글은 길게 못읽겠다. 멀미가 날 지경이야. 종이맛을 느끼며 책으로 읽어주셔야지. ㅎ
  • Leedo 2009/10/21 14:44 #

    책 빌려달라는 압박인거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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