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지났나 싶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부모님이 춘천까지 오신게 아마 입학할 때하고 그 때 뿐이었을 겁니다. 생각없이 실실 웃고 있는 저와 달리, 부모님은 아들의 행동을 슬며시 엿보며 표정관리를 하셨죠. 그러곤 조심히 한마디 하셨어요. 좋은 소식이 있었다면 할머니도 모셔왔을 거라고.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학교 도서관에 가는데 꽃을 파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지나가던 후배는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팔 껌을 사러간다고 했어요. 우리과는 플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선배들에게 팔았죠. 저도 집부때 03학번 선배들에게 사진 찍은 수익으로 동기들과 저녁을 먹었어요. 그리곤 작년 졸업할 때는 후배들을 위해 사진을 찍고 수고비를 주었죠. 재밌는 풍경이죠.
도서관 창문에서 학교에 오가는 사람들을 한참이나 바라봤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아니지만, 가까이서 볼 수 있는건데 그러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축하해줄 후배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다가가기엔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바보같이.
아침엔 눈이 좀 내리더니, 도서관을 나올 무렵엔 햇빛이 따뜻했습니다. 마치 봄볕처럼 눈부셨어요. 너무 눈이 부셨는지 고개를 잘 못들었네요. 집으로 오는 길엔 많은 사람들이 꽃을 들고 활짝 웃고 있었어요. 꼭 그 꽃 향기만큼 흐뭇해졌습니다.
새해가 시작한지 두달이 다 지나가고 있고, 설날도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학교는 이제 시작입니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지나가고, 또 한 무리의 학생들이 등장하는 계절입니다. 부디 그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물론, 제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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