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복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죽은지 벌써 27일 째가 되니 말입니다.
아니, 그 사람은 아직 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게,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죽었기 때문에.
구천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들 마음 속에 있습니다, 여전히.
그는
한 가족의 가장입니다.
가진 것은 자신의 몸 하나,
그리고 그의 가족이었습니다.
그의
신분은 노동자입니다.
현 정부 들어서 호황이라는 건설업체에 고용된,
건설노동자입니다, 그 힘들다는.
자신의 몸을 팔아서, 노동을 해서 돈을 받는,
그와 그의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한 돈을 받는,
피와 땀이 녹여있는 월급을 받는 노동자입니다.
그는
죽었습니다. 그의 돈을 받지 못해서 죽었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자신의 돈을 받지 못해서 말입니다.
누구는 1128억을 횡령해도 불구속 기소를 받는데,
그는 450만원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1128억과 450만원.
3000배가 차이가 나는 금액.
비교 자체가 안되는,
비교 자체가 우수운,
비교 자체가 무서운 돈입니다.
그러나 피와 땀을 생각하면,
가치가 역전되는 돈입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이제는 419가 뭔지도 모르는, 그저 먼 일로만 아는,
그런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좆같은.
얼굴도 모르는 그를 위해
아무런 힘이 없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를 위해, 이승을 떠도는 억울한 그를 위해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와 함께 일을 했다는 노동자는,
이철복이라는 '열사'를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막지 못하고 함께 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눈물을 보입니다.
우리의 아버지 같은 분이,
두꺼운 손과 넓은 어깨를 가지신 분이,
나약한 흐느낌을 보이십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연이지만,
함께 주먹을 듭니다. 구호를 외칩니다.
그를 위해서, 모르는 그 사람을 위해서.
또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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