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9 00:42

한참 늦은 실습 후기 배움과 가르침



실습에 대해서 정리해보려고 실습 마지막 날에 실습록에 간단한 메모도 해두었는데, 다시 한번 써보자.

아 그전에 간단한 메모를 들춰볼까나.
'언제 끝나나'하고 투정부리던 실습이 어느새 '벌써 끝나나'하는 아쉬움이 되었다. 실습 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교육을 바라보는 혜안, 분명 성장했다. 한 달 동안 함께 울고 웃던 아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움과 아픔으로 다가온다. '혹시나 내가 지도하고 가르쳤던 내용이 어떤 아이에게는 상처가 된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든다. 한참 모자르고 미숙했던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라준 아이들에게 고맙다. 더불어 따뜻한 가슴으로 이끌어주신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벌써 일주일 하고도 이틀이 지났구나. 언제 잠자리에 들든지 아침 7시 반이면 자동으로 떠지던 눈은 실습 끝나고 삼일 만에 사라졌다. 대신 그로부터 세시간 뒤에 나타날뿐, 한 달전에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실습을 통해서 얻은 것은 두가지.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과 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확신 아닌 확신.
 
3월부터 5월까지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2008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또 그 이후 내 20대는. 5월에 그 고민이 정점에 이르렀는데 졸업논문, 엠티, 수상스키, 갖은 시험 등 때문에 그것에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릿 속 생각과 고민을 정리하고 나야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성격인데, 어찌보면 꾸역꾸역 다른 일을 잘 한 셈이다. 아니, 잠시 그 고민을 지워버렸다. 너무 시달려서 그랬을까. 답도 보이지 않는 고민을 그만하고도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실습 첫 주까지는 이어졌다. 첫 미술 수업을 내가 생각해도 잘 끝냈다. 다음 날 영어수업도. 선생님이 체질에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이 우스워졌을 정도.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겁없이 날 뛴 꼴이 되었지만 어쨌든 출발은 그랬다.

하지만, 2주부터 확실히 잘 못했다. 눈은 자연스럽게 떠지고 몸은 스스로 학교로 향하는데, 아이들을 향해야 할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 동안 시달렸던 고민들이 다시 떠올랐다. 담배를 머금는 숨이 더욱 깊어졌다.

그 때가 때마침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있었고, 준비해야할 내일의 수업과 모레의 지도안 보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점점 늦게 잠이 들고, 수업 준비도 엉망이 되어갔다. 갈수록 40분의 수업이 끝나고 밀려오는 찝찝함, 허무함의 농도가 짙어졌다.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과 그 아이디어에 굉장히 놀랐다. 하지만 그 마저도 꾸벅꾸벅 조는 나의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바라봤던 것이었다.

결국 담임 선생님께서 부르셨다. 특유의 상담이다. 머릿 속 고민을 털어놨다. 고마웠다.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고민도 중요하지만 내가 한 달간 맡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였다. 나약하고 미약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어야 했다. 남은 수업은 네번. 열심히 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억지로 웃음을 넣다보니 어느새 진심이 곁들여졌다.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안타까웠다. 미안했다.

마지막 날 아이들의 귀엽고 흥겨운 장기자랑을 보면서 웃고는 있었지만 마음이 너무 아렸다. 짧은 내 인생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 적이 없었다.

'선생님'이라는 것을 하지 말까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포기가 아니라 자의적으로 놓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니 다시 그 꿈을 잡을 수 있었다. 아이들 생각보다는 자신의 영위를 위해, 승진을 위해 일하는 어떤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이렇게 치열하고 또 비열한 것인가라는 회의와, 교직 사회에도 이런 것이 있구나 하는 비참함을 느낄 때도 아이들이 힘이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뭘 선택할지 결정된 것이 없다. 하지만 분명 나는 성장해있다.

난 너무나 나약한 존재라는 것도 알았고, 세상은 결코 만만하거나 쉽게 볼 대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결국 내 고민을 멈추지 않으면 안되는 구나, 그 고민의 깊이를 더해야 겠구나. 어쩌면 계속해서 그 고민을 놓치면 안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맙다.

덧글

  • Jocelyn 2008/07/10 09:06 # 삭제 답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구경 잘 하겠습니다 (미리 신고!)
댓글 입력 영역